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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 받은 생명의 유산, 미토콘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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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무엇인가?”

언뜻 철학적인 질문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질문은 많은 과학자들이 아직도 그 해답을 얻지 못해 계속 탐구하고 있는 문제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에 생명이 있다는 것은 매우 평범한 진리이다. 그런데 이 생명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수많은 학자들이 생명을 정의하고자 했지만 완전한 한가지 이론으로 정립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생명에 대한 공통적인 특징을 찾아내어 일반화한 것이 현재의 생명에 대한 정의다.

생명체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항상성, 유기 조직체, 발생과 생장, 자극에 대한 반응, 생식, 그리고 물질대사가 그것이다. 이 모든 특징이 각각 생명체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들이지만, 그 기반이 되는 것을 꼽으라면 물질대사를 빼놓을 수 없다.

물질대사란, 생물체 내에서 일어나는 물질의 분해나 합성을 포함한 모든 물질적 변화를 의미하는데, 이 활동의 가장 주요한 목적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어떠한 생명체도 에너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다시 말해 모든 생명은 에너지로부터 독립적일 수 없고, 에너지야말로 생명체를 살아있게 하는 필수 요소이며, 생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생명체는 에너지를 어디에서 어떻게 얻을까?

인간 생명의 중심이 되는 장기를 뽑으라면, 누구나 심장을 꼽는다. 의학적으로도 심장이 멈추면 생명을 잃은 상태, 즉 죽음으로 간주한다. 사람의 일생 동안 어떻게 심장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계속 움직일 수 있을까? 무엇이 심장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인가?

이것은 우리 몸의 에너지 공장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의 작은 기관 중 하나에 지나지 않지만 세포호흡1을 통한 에너지 생산을 담당한다. 미토콘드리아는 거의 모든 진핵세포2 생물에 존재하며, 인간의 경우 몸무게의 약 1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그 양이 많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데, 이것은 세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다른 신체 기관과 달리 왕성한 활동과 호흡을 필요로 하는 두뇌, 심장, 간, 근육 등에 가장 많이 밀집해 있다.

  1. 세포호흡: 세포가 산소를 얻어 유기물을 산화분해하여 에너지를 얻는 과정으로 내호흡이라고도 한다.
  2. 진핵세포: 핵막으로 둘러싸인 핵을 갖는 세포. 세포 내에는 미토콘드리아, 소포체 등의 세포소기관이 존재한다.

미토콘드리아는 호흡을 통해 전달된 산소를 활용하여 에너지 물질인 ATP(Adenosine Triphosphate), 아데노신 삼인산를 생산한다. ATP는 비유하자면 일종의 에너지 화폐라 할 수 있다. ATP에는 한 분자당 3개의 인산기가 달려 있는데, 이 인산기가 하나씩 떨어져 나갈 때마다 일정량의 에너지가 발생하고 이 에너지를 세포가 이용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우리 인체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생성된 ATP를 활용하여 생명 유지를 위한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거의 모든 신체 기관들이 미토콘드리아에서 만들어진 에너지에 의존하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저하되거나 이상이 발생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다양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생물학계와 의학계에서는 미토콘드리아에서 노화와 질병의 근원을 찾고, 어떻게 해야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렇게 우리의 생명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미토콘드리아에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세포 속의 미토콘드리아가 모두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모계유전이라고 하는데, ‘Y염색체는 아버지께 받는다’는 부계유전과 대비된다.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대다수의 세포 유전자와 달리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세포의 유전자 대부분이 세포핵이라는 공간에 밀집되어 있다면,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세포핵이 아닌 미토콘드리아 내부의 독립적인 공간에 존재한다. 앞서 말했듯이 미토콘드리아는 거의 모든 세포에 존재하기 때문에 세포가 분열할 때 세포핵만 분열하는 것이 아니라 미토콘드리아도 나뉘어 각각의 세포에 들어간다.

이러한 원리는 생식세포인 정자와 난자가 분열할 때도 예외는 아니다. 아버지로부터 유래한 정자에도, 어머니로부터 유래한 난자에도 미토콘드리아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정자와 난자가 수정될 때, 정자의 꼬리가 잘리면서 정자의 미토콘드리아는 난자로 들어오지 못한다. 이는 정자의 미토콘드리아 대부분이 정자의 꼬리 부분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설령 일부가 난자 안으로 유입되었다 하더라도 난자에 의해 분해되어 사라진다. 그 결과 수정란의 핵에 있는 DNA는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반반씩 물려받지만 미토콘드리아 DNA만큼은 난자가 지닌, 다시 말해 오로지 어머니의 것만이 자녀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이러한 미토콘드리아의 모계유전 성질은 생명공학 측면에서 유용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핵은 세포 안에 하나밖에 없는 반면 미토콘드리아 DNA는 같은 유전자가 미토콘드리아 개수만큼 존재한다. 즉, 하나의 세포에 수천 개의 같은 미토콘드리아 DNA가 존재하는 데다 크기도 작아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DNA가 손상되지 않고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오래된 뼈와 같이 핵 DNA 분석이 어려운 경우, 미토콘드리아 DNA 확인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기도 한다. 특히, 어머니를 통해서만 유전되기 때문에 모계가 같은지 확인하기 위해 주로 사용된다. 실제로 미국의 9·11테러 당시 희생된 사람들의 유체를 판별하는 데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감별법이 쓰였다고 한다.

생명의 출발점, 수정란이 생명의 꽃망울을 터뜨려 아기의 손과 발을 만드는 힘의 근본은 어머니가 남겨주신 미토콘드리아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 몸 곳곳에 어머니의 사랑이 각인되어 생명의 에너지를 생산한다.

아직까지도 미토콘드리아 유전이 왜 어머니를 통해서만 가능하게 되었는지 정확한 기원과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오직 어머니께만 받을 수 있는 생명 에너지의 유산, 미토콘드리아를 통해 오늘도 우리는 숨을 쉬고 활동하고 있다.

참고
뉴턴 편집부, ‘지금 규명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세포내 기관 미토콘드리아’, 뉴턴 (2012. 12월호)
『미토콘드리아 프로젝트』 (히키 마사토 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