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금’이라는 몽골의 전통 악기가 있다. 어미 낙타가 출산의 고통이 너무 커서, 이제 겨우 일어나 다가오는 새끼를 자꾸만 밀쳐낼 때가 있다. 새끼가 사흘 동안 어미의 젖을 먹지 않으면 살길이 없다. 그때 사람이 마두금의 구슬픈 가락을 들려주며 위로하면 어미는 눈물을 흘리며 새끼에게 젖을 먹인다고 한다.
한 생명을 탄생시키기까지 모체는 엄청난 고통을 겪는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다.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과정 또한 결코 쉽지만은 않다. 엄마는 오로지 아기를 위해서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하며 게다가 젖몸살로 산모는 다시 한번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맞이한다. 엄마의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기는 천진난만하게 젖을 빤다. 엄마의 젖만큼 아기에게 완전한 음식이 있을까. 그래서 엄마는 힘들더라도 꼭 모유를 먹이고 싶다.
사람들이 섭취하는 식품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식품을 완전식품이라 한다. 완전식품은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갖춘 식품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섭취하는 단일 식품 중에 완전한 식품은 없다. 다만, 완전식품에 가까운 식품들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단일 식품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식품으로 꼽히는 것이 우유다. 물론, 우유도 철분과 비타민A, 비타민D 등의 몇몇 영양소가 부족하긴 하다. 그러나 인체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인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무기질과 비타민이 거의 모두 함유되어 있고, 성분 비율도 가장 이상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우유는 자연계의 그 어느 식품보다도 가장 완전식품에 가깝다는 평을 듣는다. 그래서 고른 영양소 섭취를 필요로 하는 유아나 성장기 아동들에게 권장된다.
그런데 사람에게 우유보다 더 완벽에 가까운 식품이 있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날 때 모체로부터 받는 ‘모유’다. 모유는 아기를 위한 영양소가 고루 갖춰진 가장 이상적인 식품이다. 사실 우유도 송아지에게는 모유이니 완전식품이라 할 수 있겠다. 모유에는 어떠한 비밀이 담겨 있을까?
모유는 통상적으로 생명을 잉태한 여성의 유선에서 임신 후반기, 분만 후에 분비되는 유즙을 말한다. 모유는 갓 태어난 신생아가 섭취할 수 있는 유일한 양식으로, 그 영양분은 유아가 가장 잘 흡수할 수 있는 형태와 비율로 구성되어 있다. 모유의 단백질은 우유와 마찬가지로 카세인(casein)1과 유청(whey)2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모유의 단백질은 카세인과 유청의 비율이 6:4로, 8:2인 우유보다 유청의 비율이 높아 흡수율이 더 좋다. 또한 모유의 카세인은 우유에 많은 α(알파)형 카세인보다 흡수율이 좋은 β(베타)형 카세인으로 구성되어 있어 우유보다 흡수가 더 잘된다. 단백질뿐 아니라 모유는 우유에 비해 유당(lactose)을 30%정도 더 함유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모유의 유당 비율은 칼슘의 흡수를 증진시킨다. 또한 모유의 유당은 우유의 것에 비해서 알레르기 반응이 적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모유의 성분조성과 양이 신생아의 성장 시기와 단계에 따라 변화한다는 사실이다. 모유는 보통 초유, 이행유, 성숙유 세 단계로 변화 과정을 거친다.
초유는 임신 후반이나 분만 후 3~4일까지 나오는 것으로, 짙은 레몬색을 띤다. 초유는 그 양이 적은 데 비해 영양가는 매우 높고 특히, 칼슘과 단백질의 함량이 높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것은 바로 단백질 형태의 면역 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신생아는 초유를 통해 모체의 면역기억3을 통째로 전달받게 되는데, 이를 통해서 외부와의 접촉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에 대항할 수 있는 방어막을 갖게 된다. 간단히 말해, 초유는 우리가 태어나서 처음 맞는 예방주사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초유에는 뇌와 신경 발달에 필요한 타우린과 DHA, 아라키돈산 등이 함유되어 있어 신생아의 초기 생육에 필요한 필수 성분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다.
모유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초유에서 2주 정도의 이행유 시기를 거쳐 성숙유로 발달하게 된다. 성숙유는 통상적으로 분만 14일 이후부터 나오는데, 초유와는 달리 유백색을 띠며 그 양이 크게 증가한다. 성숙유 단계에서 모유는 본격적인 아기의 성장을 위해 그 성분 비율이 초유와는 조금 다르게 조정이 된다. 탄수화물(유당)과 지방의 함량이 늘어나는데, 이는 아기의 본격적인 신진 대사와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모유는 아기의 성장 단계에 맞게 그 성분 조성이 변화한다.
모유 전문가들은, 만약 아기가 미숙아로 태어나게 되면 모유의 성분은 미숙아 생장에 필요한 성분으로 맞추어 공급이 된다고 한다. 또한 모유의 성분은 기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더운 지방에 사는 산모들의 모유는 수분 함량이 높고 추운 지방에 사는 산모들은 지방 함량이 높은 모유를 생산한다고 하니 갓 태어난 아기에게 모유는 그야말로 하늘이 준, 최고이자 최적의 양식인 셈이다.
이와 같이 모유는 아기에게 가장 완전한 식품이기도 하지만, 식품 이상의 의미를 갖기도 한다. 가장 안전한 태내에서 밖으로 나온 아기에게는 모든 환경이 낯설고 불안한 상황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아기가 정서적으로 가장 안정을 찾는 시간이 바로 모유를 먹는 순간이다. 태내보다는 못하지만, 태어난 아기가 느낄 수 있는 가장 편안한 안식처가 바로 어머니의 품 속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모유수유를 받은 아동이 인공수유를 받은 아동에 비해 신체적으로 건강할 뿐 아니라 성격도 원만하고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갖는다고 보고한 바 있으며, 2011년에는 ‘6개월 모유수유’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여 세계인들에게 모유수유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사실 모유가 공급받는 아기에게만 좋은 것은 아니다. 모유를 공급하는 모체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출산 후 모유수유는 산후 회복을 촉진시키고, 수유 여성의 유방암과 난소암, 당뇨병의 발병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학계(2008, DHHS EDC National immunization survey)는 보고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의 호르몬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옥시토신4의 분비가 더욱 왕성하게 되어 모성애를 이끌어낸다. 이 모성애는 한 ‘여성’을, 자녀를 보호하고 양육할 수 있는 ‘어머니’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젖을 먹는 포유류 중에서도 인간은 모체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안전한 모태에서 각종 세균이 포진하고 있는 세상으로 나온 아기에게 모유는 가장 완벽한 영양 공급원이며 유해 세균을 물리치는 천연 항생제다. 아기는 어머니가 공급하는 모유를 통해 그 생명을 유지하며 성장한다. 하나님께서는 왜 인류에게 이토록 지극한 어머니의 사랑을 받도록 하셨을까?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사 49장 15절
“너희가 젖을 빠는 것같이 그 위로하는 품에서 만족하겠고 … 어미가 자식을 위로함같이 내가 너희를 위로할 것인즉 너희가 예루살렘에서 위로를 받으리니” 사 66장 11~13절
“오직 위에 있는 예루살렘은 자유자니 곧 우리 어머니라” 갈 4장 26절